📌 CONTENTS 📌
① 본문 미리보기
|도입부|이야기를 시작하는 말로|'커츠'를 만난 말로|후반부
② 추천 콘텐츠
|T. S. 앨리엇, 〈텅 빈 사람들〉|〈지옥의 묵시록〉|《노스트로모》|《로드 짐》 | 〈스펙 옵스: 더 라인〉
③ 그믐밤×휴머니스트 이벤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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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장》
어둠의 심장에서 맞닥뜨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선연한 판결
“끔찍하구나! 끔찍해!”
★ 언어를 가장 첨예하게 다루는 시인이자 번역가인 황유원이 선보이는 오늘날의 번역
★《어둠의 심장》의 집필 계획을 밝히는 〈윌리엄 블랙우드에게 보낸 편지〉 최초 수록
★《어둠의 심장》의 유일한 작가 후기를 담은 〈《청춘과 다른 두 이야기》 서문〉 수록
★ 작가로서의 콘래드를 조명한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조지프 콘래드〉 수록
★ 버지니아 울프가 시도한 새로운 방식의 콘래드 비평 〈콘래드 씨에 대한 대화〉 수록
★ 서평가이자 여성학자인 정희진의 발문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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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s pick
번역 원고를 받던 날, 황유원 번역가는 원문의 길이를 거의 자르지 않으면서도 종결 어미를 섬세하게 사용해 마치 “직접 체험하는 듯한” 번역이 되게끔 노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저는 정확하면서도 유려한 번역이라고 생각했고 '첫 독자가 될 수 있다는 희열'을 다시금 느꼈는데요. 황유원 번역가의 문단들 길게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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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쌍돛대 유람선 넬리호는 돛을 전혀 펄럭이지 않은 채 닻 쪽으로 움직이다가 정지했다. 이미 밀물이 들어와 있었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는데, 배는 하류 쪽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므로 정박한 후 조수가 바뀌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바다로 통하는 템스강의 직선 수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물길의 시작점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앞바다에서 바다와 하늘은 이음매도 없이 이어져 있었고, 그 빛나는 공간 속에서 조수를 따라 흘러온 바지선들의 그을린 돛은 니스 칠을 한 스프리트를 반짝이며 뾰족하게 솟은 붉은 캔버스 천의 무리를 이룬 채 정지해 있는 듯 보였다. 안개가 깔린 낮은 강기슭은 바다로 평평히 뻗어가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레이브젠드 상공의 대기는 어두웠고, 훨씬 더 뒤쪽에서는 애절한 어둠으로 응축되어 지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도시를 가만히 뒤덮고 있었다.
말로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리고 이곳 또한…….” 말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지구상의 어두운 곳 중 하나였지.”
그는 우리 중에서 여전히 ‘바다를 따라가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악의 말은 그가 자기 부류의 대표자는 못 된다는 것 정도였다. 그는 선원인 동시에 방랑자이기도 했는데, 반면 대부분의 선원은 굳이 말하자면 정주민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집에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는 마음을 먹고 있고, 집은 늘 그들과 함께 있으며, 그것은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에게 집은 곧 배요, 나라는 곧 바다다. 하나의 배는 또 다른 배와 아주 비슷하며, 바다는 늘 같은 바다다. 이처럼 불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국의 해안들, 이국의 얼굴들, 변화하는 어마어마한 인생은 어떤 신비감이 아니라 가벼운 경멸이 섞인 무지에 가린 채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가버리는데, 자기 존재의 주인이자 운명처럼 불가해한 바다 자체를 제외하면 선원에게 신비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논외로 하고 나면, 근무시간 후 해안에서 느긋하게 거닐거나 흥청거리는 것만으로도 전체 대륙의 비밀을 밝혀내기에 충분한데, 보통 그렇게 밝혀낸 비밀은 알 만한 가치도 없다. 선원들의 이야기는 직접적이고 단순한 것으로, 그 전체 의미는 깨진 견과류의 껍질 안에 들어 있기 마련이다.
커츠에 대해 말하는 장면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내 생각에 그 말의 이면에는 꿈속에서 들리는 말과 악몽 속에서 말해진 표현 특유의 끔찍한 암시가 숨어 있었어. 영혼! 만일 이 세상에서 영혼과 싸워본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바로 그 사람일세. 그리고 나는 미치광이와 다툰 것도 아니었지.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의 지성은 완전히 또렷했어. 사실 끔찍할 만큼 자신에게만 고도로 집중되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또렷했고, 나에게는 그 사실만이 유일하게 기댈 구석이었지. 물론 그때 그 자리에서 그를 죽이는 것을 제외하면 그랬다는 것인데, 그러면 시끄러운 소리를 피할 수 없었을 테니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지. 하지만 그의 영혼은 미쳐 있었다네. 야생 속에 혼자 있다보니 그 영혼은 자기 내면만을 바라보았고, 세상에! 결국 미쳐버리고 말았던 거야. 나도, 내가 지은 죄 때문이겠지만, 그 영혼을 들여다보는 시련을 겪어야만 했지. 그 어떤 웅변도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진실된 외침처럼 인류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시들게 하지는 못했을 걸세. 그도 자기 자신과 싸웠지. 나는 그것을 보았어. 듣기도 했고. 자제력도, 믿음도, 두려움도 모르면서 자신과 무턱대고 싸우는 영혼의 믿을 수 없는 신비를 나는 보았네. 나는 용케도 냉정을 잃지 않았지만, 마침내 그를 침상에 눕히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을 때는 등에 반 톤짜리 짐을 지고 언덕을 내려오기라도 한 것처럼 두 다리가 후들거리더군. 하지만 사실 나는 앙상한 팔로 내 목을 꽉 껴안은 그를 부축했을 뿐이었지. 그리고 그는 아이처럼 가벼웠다네.
책 후반부
운명이지. 내 운명이야! 인생이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그것은 하찮은 목적을 위해 무정한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놓은 것일 뿐. 인생에서 우리가 기껏 바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너무 늦게 얻게 되는, 얼마간의 지식과 지울 수 없는 일련의 후회뿐이라네. 나는 죽음과 씨름했어. 그것은 더없이 따분한 시합이지. 발아래와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관중이나 환호성이나 영광도 없이, 승리에 대한 커다란 욕망이나 패배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도 없이, 미지근한 회의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자기 자신의 권리에 대한 믿음도 별로 없고 대적자의 권리에 대한 믿음은 더더욱 없이, 실체가 없는 잿빛 지대에서 치러지는 시합이야. 만일 궁극적 지혜가 그런 형태로 찾아오는 것이라면, 인생은 우리 중 몇몇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수수께끼인 셈이지. 나는 하마터면 판결을 내릴 마지막 기회를 얻을 뻔했지만, 어쩌면 내게 아무런 할 말도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굴욕감을 느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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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콘텐츠
|T. S. 앨리엇, 〈텅 빈 사람들〉
|〈지옥의 묵시록〉
|《노스트로모》
|《로드 짐》
|〈스펙 옵스: 더 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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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사람들〉
T. S. 앨리엇
커츠 씨가 죽었어요.
노회한 가이에게 적선하세요.
1
우리는 텅 빈 사람들
우리는 박제된 사람들
서로 기대어 서 있으며
지푸라기로 채워진 머리. 아아, 가엾어라!
우리의 메마른 목소리는,
우리가 함께 속삭일 때
들리지도 않으며 의미도 없다
마른 잡초 속에 바람처럼
또는 건조한 지하실 안의
깨진 유리잔 위의 쥐들의 발걸음처럼
형체 없는 모양, 색채 없는 명암,
마비된 힘, 움직임 없는 몸짓;
단호한 눈으로 저 너머 죽음의 왕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우리를 기억한다─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길 잃은
격렬한 영혼으로서가 아니라, 오직
텅 빈 사람들로서
박제된 인간으로서.
2
내가 감히 꿈속에서 마주하지 못할 시선들
꿈속 죽음의 왕국에서
이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곳에서, 이 시선들은
부서진 기둥 위의 햇빛이며
그곳에서, 흔들리는 나무가 있으며
목소리는 노래하는 바람 안에 있다
더욱 멀리 있으며 더욱 젠체하며
희미해져가는 별보다
나를 더는 가까이 두지 마세요
꿈속 죽음의 왕국 안에
또한 내가 하게 해주세요
고의적인 변장을
쥐의 털, 까마귀 가죽, 십자가 막대
어떤 벌판의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며.
가까이에 두지 마세요─
황혼의 왕국에서의
그 마지막 만남에만은
3
이곳은 죽은 자의 땅
이곳은 선인장의 땅
여기서 돌의 형상들이
들어 올려지고, 여기서 그것들은
죽은 이들의 손의 간청을 받는다
희미해져 가는 별의 반짝임 아래에서
거기도 이런가요
저너머 죽음의 왕국에서도
홀로 깨어나며
우리가 부드럽게
떨고 있을 시간에
입맞춤을 하곤 했던 입술들이
기도자들을 부서진 돌로 만든다.
4
그 시선들은 이곳에 없다
여기에는 어떤 시선도 없다
이 죽어가는 별의 계곡에서는
이 텅 빈 계곡에서는
이 잃어버린 왕국의 부서진 입구에는
이곳 마지막 모임 장소에서
우리는 함께 손을 더듬고
말하기를 피하며
부풀어 오른 강가로 모였다.
볼 수 없다, 그 시선들이
영원한 별처럼
죽음의 황혼 왕국의
잎이 많은 장미처럼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면
텅 빈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
5
여기서 우리는 선인장 주위를 돈다
선인장 선인장
여기서 우리는 선인장 주위를 돈다
아침 5시 정각에
생각과
실체 사이에
몸짓과
행동 사이에
어둠이 드리운다
왕국은 그대의 것입니다.
계획과
창조 사이에
감정과
반응 사이에
어둠이 드리운다
인생은 너무나도 길다
욕망과
절정 사이에
가능성과
존재 사이에
영혼과
강림 사이에
어둠이 드리운다
왕국은 당신의 것입니다
그대의 것
인생은
그대의 것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세상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세상은 이렇게 종말을 맞이한다
굉음을 내면 서가 아니라 흐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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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s pick
콘래드는 초기 모더니스트 작가 중 한 명으로, 그의 모호한 글쓰기 스타일과 도덕적으로 혼란스러운 캐릭터는 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중 한 명이 T. S. 앨리엇입니다. 일부 비평가에 따르면, 엘리엇의 〈텅 빈 사람들〉은 《어둠의 심장》의 에필로그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이는 두 작품의 작법이 비슷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둠의 심장》의 주제가 〈텅 빈 사람들〉로 "거의 완벽히 번역"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텅 빈 사람들〉의 전문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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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은 《어둠의 심장》입니다. 역대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전쟁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었다는 극찬을 받으며 대표적인 반전영화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197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촬영, 음향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어둠의 심장》을 번역한 황유원 번역가도 이 영화의 오랜 팬이는 소회를 해설에 밝히기도 했는데요. 포스터에 예고편 링크 걸어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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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로모》
《어둠의 심장》, 《로드 짐》과 함께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어 소설 100'에 선정되기도 했죠. 은광이 개설되고 철도가 들어서는 등 경제적 부흥기를 맞이한 항구 도시 술라코에서 반복되는 내전과 혁명 속에서 좌절하고 투쟁하는 '노스트로모'를 따라가는 소설이에요. 노스트로모는 “민중의 한 사람이자 민중의 내면에 있는 힘”을 상징합니다.
1983년에 한길사에서 초판본이 출간되었지만 절판되었고, 2022년 민음사에서 새롭게 단장해 두 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표지에 서점 링크 걸어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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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짐》
《어둠의 심장》 주인공인 '말로'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로드 짐》은 전지적 작가 시점, 친구 말로의 시점, 말로의 기록을 읽은 작가의 시점 등 여러 기법이 얽혀 있어요. 하지만 어렵게 읽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총 45장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흥미진진한 내용과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훌쩍 넘겨버린 페이지를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인간 본성에 대한 조지프 콘래드의 관심을 이 책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항해 사고로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 '짐'이 정박할 곳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주목해 읽기 좋은 작품입니다.
《어둠의 심장》을 읽고 '말로'에 매력을 느꼈다면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표지에 서점 링크 걸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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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옵스: 더 라인〉
《어둠의 심장》이 원작인 게임으로 등장인물에도 '콘래드'가 나옵니다. 밀리터리 TPS 게임인 스펙 옵스 시리즈 중 하나고 모래폭풍에 고립된 두바이에 파견된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충격적이면서도 차별적인 스토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미션을 수행할수록 '영웅' 대접을 받는 여타 게임들과 달리 플레이어에게 전쟁 중에 벌어지는 참혹한 폭력과 광기를 목도하게 하며, 나아가 로딩 화면에서 "모든 것은 당신 때문입니다", "이제 좀 당신이 영웅 같습니까?"라고 말하며 플레이어를 조롱하기까지 합니다. 게임 줄거리를 설명하는 유튜브 링크 첨부해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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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와 그믐이 만났어요.
'온라인 북클럽 플랫폼' 그믐은 독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공간입니다.
조지프 콘래드 사망 100주년인 8월 3일, 그믐밤에서 온라인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소설가이자 뱃사람이었던 조지프 콘래드와 관련한 이미지,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이미지, 또는 제국주의의 끔찍함을 고발하는 이미지를" 올려주시면 되어요.
코끼리를 포획해 상아를 갈취하려던 행태는 당시 대규모로 이루어졌고, 정말 참담한 사진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런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태어난다고 하죠.
참여자 중 열 명을 선정해 《어둠의 심장》을 드려요. 그믐과 더 더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으니 또 소개할게요! 이미지에 링크 걸어두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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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boooook.h@humanistbooks.com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3길 76(연남동) 여기에 전화번호를 입력하세요.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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