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은 그가 마흔두 살이었던 1899년부터 《블랙우드 매거진》에 연재한 중편소설이다. 19세기 말, 작품의 화자인 말로는 영국의 템스강에서 한 무역회사 소속의 증기선 선장이 되어 아프리카로 출발한다. 콩고로 추정되는 어느 아프리카 지역의 강 상류에 있는 교역소에 도착한 그는 ‘전설의 인물’ 커츠를 만난다. 커츠는 원주민(선주민)에게서 빼앗은 상아 교역상의 책임자다. 《어둠의 심장》은 말로가 유럽의 지식인에서 ‘야만인’이 되어가는 커츠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 지배하의 폴란드에서 태어난 콘래드에게 영어는 폴란드어와 프랑스어에 이은 제3의 언어였다. 콘래드의 생애 자체가 유럽 근대화 프로젝트였던 제국주의의 ‘핵심(heart)’을 보여주는데, 영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영국에 귀화해 영어로 다수의 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그의 작품 세계의 ‘심장부(heart)’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작품의 근본적인 의미는 근대성에 대한 묘사와 성찰에 있다. 《어둠의 심장》은 근대적 주체, 제국주의 주체의 필연적 분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사실은 상당 부분 작가의 복잡하고 독특한 생애와 초국적 포지션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197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이자 살만 루슈디의 자서전 《조지프 앤턴》(루슈디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에서 각각 이름을 따왔다)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이 유명한 고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탈(포스트)식민주의, 하이브리드 소설, 생태주의, 인종주의, 여성주의, 심리 비평, 신화 비평, 해체 비평, 심지어 모험소설 등이 그것인데, 이 모든 담론은 근대성의 여러 측면이자 근대와 탈근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해석이기도 하다. ‘모험소설’ 역시 제국주의 열강들의 대항해시대, 즉 침략의 과정이 오랫동안 ‘모험’, ‘개척’으로 불렸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현상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콘래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는 커츠와 같은 인물들의 ‘야만’과 비극성을 포착했다. 자기 몸의 가장 ‘중요한 부분(heart)’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피해망상, 편집증, 스키조프레니아는 불가항력적이며, 커츠는 근대인의 표상으로 재현된다.
우리 둘을 지켜보는 그 광대함의 표면에 어린 정적이 우리에 게 뭔가 호소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위협하고 있 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네. 헤매다가 이곳으로 들어온 우리는 대체 누구일까? 우리가 저 말 못 하는 존재를 다룰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이 우리를 다루게 될까?
제국주의자들의 자기 개념은 타자를 통해서만 인식 가능한데, 이 작품에서처럼 누가 ‘나의 타자’인지 알 수 없는 상태, 즉 콩고의 자연인지, 원주민인지, 이등 시민인 여성인지 등 타자가 모호할 때는 정신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때 문명과 야만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근대성의 특징 중 하나인 포이에시스**와 의지는 필연적으로 자연 파괴와 미개 지역에 대한 침략(문명화 사명)을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둠의 심장》에 드러난 근대가 만들어낸 이분법, 문명(유럽)과 야만(아프리카), 확실성과 모호성, 나와 나머지 사람들(타자), 문화와 자연, 남성과 여성, 순수와 혼종성 등에서 커츠는 자신이 전자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했지만 거대한 이질성에 압도되어 ‘어둠 속’을 헤매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처음부터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탈식민주의의 핵심 전제는 이분법에 대한 의문이다. 이분법은 이데올로기일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실천이다. 대개 근대성의 성격은 집착적인 편집증, 포스트 근대는 스키조프레니아와 혼종성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되지만, 프랑스의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주장처럼 근대성의 본질은 이분법이 아닌 하이브리드의 증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근대인은 표면적으로는 주체와 대상, 문명과 야만, 인간과 자연, 과학과 신화 등을 엄격하게 구분했고, 그것이 자신들을 전근대인과 구분시켜주는 기본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자연과 사회, 과학과 문화, 지식과 이익이 구분될 수 없게 뒤얽힌 ‘인간, 기계, 자연’의 하이브리드를 엄청난 규모로 증식시키고 동원해온 결과다. 다시 말해 이분법에 대한 대안은, 상호작용이나 관계성이 아니라 이미 각각의 것들 내부 자체가 균질적이지 않다는 인식이다.
한편 이 작품에 대한 여성주의 해석은 여성의 보조적 역할이나 부재 비판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어둠의 심장》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대상화, 자연의 여성화(젠더화)를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온 여성주의 윤리학의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당대 인류세를 예견한 작품이기도 하다.
* 조현병을 뜻한다. ‘분열된다’는 의미의 ‘스키조(schizo)’와 ‘마음’을 의미하는 ‘프레니아(phrenia)’에서 유래했다.
** 대상의 법칙에 따라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만드는 기술적 지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