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저는 ‘질투와 복수’를 테마로 하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얘기를 빠뜨리지 않을 정도예요. 그런데도! 솔직히 고함, 비명, 힐난, 증오에 조금은 지쳤습니다. 이런 심경을 점심시간에 토로했더니 “만일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의도를 선하게 받아들였다면, 시즌3 같은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라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지, 이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우선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에게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은 되지 않을 거예요!”라고 대놓고 외치는 것처럼 반면교사가 있겠네요.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주인공 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복수를 향해 돌진하는데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늘 생각해봐야 한다는 걸 알게 해주었답니다.
님 혹시 《동 카즈무후》의 제목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모호하진 않나요? ‘카즈무후’의 사전적 의미 중에는 ‘골나서 말하지 않는’이란 뜻이 있는데요, 책을 읽다보면 이 제목을 수긍하게 된답니다. 저는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어요. 종종 대화 없는 침묵으로 화를 내곤 하거든요. 이를 다시 한번 반성하며…… 《동 카즈무후》라는 제목의 문턱만 넘으면 놀라운 흡입력으로 읽는 사람을 끌어당길 거라는 편집장님의 말을 남길게요.
카타르시스에 대해 짧게 얘기할까 해요. 레터가 벌써 많이 길어졌는데, 저의 시시콜콜함이 허락되는 처음이자 마지막 레터이니 용서…… 해주세요. 과거 그리스 비극 작품에서 등장인물이 겪는 비극을 경험한 관객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들이 사는 세상과 화해했을 때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라고 했다네요. 초록창에서 찾은 단어의 어원은 “응어리진 감정이 풀리고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이고요.
《폭풍의 언덕》에서 삼대를 이어온 복수의 사슬을 캐서린과 헤어턴과 함께 끊어내는 장면이 있어요. 이야기의 후반부에 나오는데, 저는 그 문장을 읽을 때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답니다. 다정해야 한다는 다짐과 함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