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것들은 끝내 밀려 나간다." 안태운 시인의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되었지?〉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인생이 송두리째 변했다고 느꼈던 '결정적 한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밀려 나가고 있겠죠.
한 권의 책, 한 번의 사랑, 한 차례의 우연한 사고로 인생이 바뀌는 일 말고, 사소해도 충만한 변화로 가득한 날들을 보내시길 바라며 흄세레터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잠시 쉬어갑니다. '할머니라는 세계'를 테마로 한 시즌 5로 금방 다시 찾아올게요. 그동안 흄세 인스타그램도 눈여겨봐주세요! |
|
|
《데미안》 미리보기 1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뚫어질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사람은 자신의 꿈을 찾아야만 해요. 그러면 그 길이 쉬워지죠.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떤 꿈이든지 새로운 꿈으로 대체되죠. 어떤 꿈도 붙잡아두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몹시 놀랐다. 이것은 벌써 경고하는 것일까? 벌써 거부하는 것일까? 하지만 어떻든 상관없었다.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르고 목적지에 관해 묻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가 말했다. “제 꿈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어요. 영원하면 좋겠어요. 새 그림 아래에서 제 운명이 저를 마치 어머니처럼, 마치 연인처럼 맞아주었어요. 저는 제 운명 외에는 다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 꿈이 당신의 운명인 동안에는 그 꿈에 충실해야 해요.” 그녀가 진지하게 동의해줬다.
슬픔이 몰려왔다. 동시에 이 황홀한 순간에 죽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의 내면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솟아올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는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된 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서 몸을 돌려 창가로 갔다. 흐릿해진 눈으로 화분의 꽃들 너머를 바라보았다. 뒤편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분하면서도 가장자리까지 가득 찬 와인 잔처럼 애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싱클레어, 당신은 아이로군요!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답니다. 당신이 계속 충실하다면, 언젠가 그 운명은 당신이 꿈꿨던 모습 그대로 당신에게 온전히 속하게 될 거예요.”(213~214쪽) |
|
|
세's pick
님, 잘 흘려보내고, 또 잘 맞이하며 충실하고 충만한 날들을 보내고 계시길 바라요. 저도 충실하게 준비해 새로운 시즌으로 찾아올게요. (다음 시즌 작품들... 너어무 좋아서 허벅지 퍽퍽 치면서 교정 보는 중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
|
|
《데미안》 미리보기 2
“네가 질문을 하다니 좋은데!”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은 언제나 질문해야 하고, 언제나 의심해야 해. 하지만 그 문제는 아주 간단해. 예를 들어 그 나방이 자신의 의지를 어느 별 혹은 뜬금없는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하려고 하면, 그건 가능하지 않을 거야. 다만 나방은 절대 그런 시도를 하지 않지. 나방은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 자신이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것을 찾아. 그러면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게 되지. 그렇게 해서 나방은 다른 동물이 가지지 않은 마법과도 같은 육감을 발달시키게 되는 거야! 우리 인간은 동물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관심사를 가진 게 분명해. 하지만 우리 또한 상대적으로 정말 좁은 범위 안에 매여 있고, 그것을 넘어설 수가 없어. 아마도 이런저런 일들을 꿈꿔 볼 수는 있겠지. 예를 들어 반드시 북극에 가보겠다거나 그와 비슷한 일을 상상해볼 수 있어. 하지만 그 소원이 완전히 나 자신 안에 자리 잡았을 때, 정말로 나의 존재가 그 소원으로 채워졌을 때만 그 일을 실행할 수 있고 충분히 강해지기를 원할 수 있는 거야. 그런 상황이 되기만 하면 네가 너의 내면이 명령하는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순간, 그것 또한 가능해지는 거지. 그러면 너는 마치 훌륭한 말을 마차에 매듯 너의 의지를 다룰 수 있게 될 거야.(84~85쪽) |
|
|
랑's pick
운동선수에게 실제 훈련만큼 중요한 게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합니다. 어느 시인은 시를 쓰고 있지 않을 때 시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한다고 하네요. 삶에서 원하는 걸 "완전히 나 자신 안에" 채우려는 노력이겠죠?
|
|
|
YB, 〈생일〉 🎵
"바람아 오늘이 나에게 마지막인 것처럼/ 불어라 세상 끝에 서있어도 꿈꿀 수 있게/시간 잡을 수 없는 강/ 흘러가게 둘 수밖에 없는 이 밤/ 어제의 난 이 밤과 사라져/ 내일은 다시 나의 생일"
단단한 세계를 깨뜨리고 다시 태어난 모든 데미안들에게, 이 노래를 선물합니다. |
|
|
〈릴리 슈슈의 모든 것〉, 2001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있다면 열네 살 소년 유이치에게는 릴리 슈슈의 노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힘들기만 한데요. 도를 넘은 학교폭력과 무력함, 심지어 단짝이었던 호시노는 반 아이들의 리더가 되어 자신의 왕따를 주도합니다. 첫사랑 쿠노 역시 왕따를 당하지만 유이치가 도와주기엔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기에도 벅차죠. 소년의 유일한 안식처는 릴리 슈슈의 음악뿐인데요. 잔인한 유년이지만 고치를 찢고 날아갈 준비를 하는 이 영화는 왓챠, 웨이브, 티빙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포스터에 영화 playlist 링크 걸어두었어요. |
|
|
🎁 EVENT 🎁
아래 버튼을 눌러 흄세레터를 읽은 감상을 남겨주세요.
매주 휴머니스트 세계문학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드립니다.
*당첨자는 다음 호에서 발표합니다.
|
|
|
흄세(휴머니스트 세계문학)boooook.h@humanistbooks.com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3길 76(연남동) 휴머니스트출판그룹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