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7 《뾰족한 전나무의 땅》

202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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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

①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마지막 시즌｜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COVER STORY

② ｜본문 미리보기 ｜본문 미리보기 2

③ ｜이토록 짙푸른 노스탤지어 _성해나(소설가)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마지막 시즌

‘나의 기쁨, 나의 방탕’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속절없이 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하여

📌 안녕 에디션
📌 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 추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의 시즌제를 종료하는 안녕 에디션
📍 본표지와 함께 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를 슬립 케이스(각 권)로 추가 제작
📍 소설가 김멜라, 임선우, 김기태, 성해나, 성혜령 추천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

036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 박아람 옮김

037 뾰족한 전나무의 땅
세라 온 주잇 | 임슬애 옮김

038 상하이 폭스트롯
무스잉 | 강영희 옮김

039 사생아
이디스 올리비어 | 김지현 옮김

040 미스 몰
E. H. 영 | 정연희 옮김

COVER STORY

흄세 레터가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으로 돌아왔습니다. 《주홍 글자》를 제외한 《뾰족한 전나무의 땅》, 《상하이 폭스트롯》, 《사생아》, 《미스 몰》은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하고, 《사생아》와 《미스 몰》은 작가도 국내에 처음 선보입니다.

오늘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품인 《뾰족한 전나무의 땅》을 소개합니다. 세라 온 주잇은 시즌 7에 소개한 적 있는 윌라 캐더의 작품들을 세심하게 읽어주는 등 각별하게 지내기도 했습니다. 성해나 소설가의 리뷰도 수록되어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6 《주홍 글자》

예스24 어나더 커버 슬립 케이스

‘다음 여름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아직 여름이 우리 것이고 나뭇잎이 초록임에도.”

윌라 캐더가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이라 극찬하고 직접 편집했던 세라 온 주잇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합니다. 작가도 단행본으로는 처음 선보여요.

미국 지방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주잇은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의 집필에 영감을 준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살아가는 지역이 길러내는 사람들과 그들이 이룬 공동체, 밀려오는 시간에 완만히 퇴적되는 곡진한 그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몇 년 동안이나 끈덕지게 마음을 괴롭혀서 끝내 종이에 꾹꾹 눌러쓸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은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속절없이 문학이 됩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을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으로 꼽은 윌라 캐더는 세라 온 주잇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속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불편한 장면들까지 떼어내지 않고 받아들여야 수백 년을 살아남는 ‘문학’이 되듯이,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나’를 이루는 것들을 담대하게 마주해야 비로소 내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소설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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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리보기

“지난번에 이 길로 왔을 때 이 나무가 풀이 죽어서는 축 처져 있더라고. 다 자란 나무들은 그럴 때가 있어. 사람이랑 똑같아. 그러다가도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방향으로 뿌리를 내려 용감무쌍한 정신으로 다시 살아가기 시작해. 물푸레나무는 이따금 우울에 사로잡혀. 다른 나무들처럼 굳세지 못해서.”
나는 이야기가 더 이어지기를 바라며 귀를 기울였다. 바로 이런 특이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토드 부인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귀히 여기게 되었다.
“바위를 뚫고 자라나는 건강하고 씩씩한 나무도 가끔 있지.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거야.” 토드 부인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헐벗은 돌투성이 언덕 꼭대기 같은 곳, 기름진 흙이라고는 싹싹 그러모아도 외바퀴 수레 하나 못 채우는 곳에서 바싹 마른 여름을 지나면서도 푸르른 우듬지를 자랑하지. 돌에 귀를 대보면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거야. 그런 나무는 자기만의 샘을 지니고 있거든. 그런 나무를 똑 닮은 사람들도 있고.”(143쪽)

랑's pick

저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 부분을 읽고 더더욱...!

본문 미리보기 2

만찬이 이어지며 내 동행의 기분도 서서히 고조되었다. 토드 부인은 예상 밖의 성대한 행사가 야기하는 흥분에 섬세하게 자극받는 성정이었고, 그가 답답하고 지극히 가정적인 사람처럼 보일 때도 그저 적절한 기회가 없어 잠깐 침체된 것 뿐이었다. 이제는 과거의 추억에서 벗어나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여자아이처럼 기민하고 명랑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 도 명랑함으로 충만했는데, 사실 그의 찬란한 빛이 반사된 것이었다.

내가 인간의 능력을 낭비하는 세상의 면면에 아연해진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식물학자가 자연의 낭비에 놀라듯, 발아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수많은 씨앗과 온갖 사용되지 못한 자원에 놀라듯 아연했다. 사회의 예비력이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대단한 것이었다. 필요한 것은 그저 기회와 자극제였다는 사실을 수많은 보든가 사람들의 얼굴이 보여주고 있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훌륭하고 유능한 성정이 포로로서 감옥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가장 화려한 도시 사람들의 모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시골 모임에서도 그런 대단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무슨 말을 하든 이야기의 영혼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면 이 동네에서든 저 동네에서든 충분히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162~163쪽)

* 임의로 문단 갈이를 했습니다.

랑's pick

기회와 자극제가 주어진 사람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요?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환경이 되기를 바라요.

이토록 짙푸른 노스탤지어

_성해나(소설가)

계절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소설을 그 계절에 읽는 건 독자에게 더없는 행복 아닐까. 마치 잘 익은 제철 과일을 적기에 먹는 것처럼 말이다. 연둣빛 물감을 곳곳에 덧칠한 듯 신록이 우거진 올여름에 세라 온 주잇의 소설을 읽은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에는 여름이 짙어지는 과정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해풍을 타고 부드러이 일렁이는 나뭇잎, 야생 약초의 묘한 향취, 절벽 너머에서 출렁이는 파도 소리가 생생히 느껴진다. 세라 온 주잇이 19세기 작가니 이 소설도 100여 년을 훌쩍 거슬러 내게 닿은 것인데,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녹슬지 않고 오감을 자극하는 세련된 묘사는 이 소설의 큰 유산이다.

소설을 이루는 큰 줄기는 ‘더닛 랜딩’이라는 바다 마을을 섬세하게 담아낸 관찰과 묘사지만, 그 속에 파고든 깊은 뿌리는 짙은 우정을 나누며 열띠게 살아내는 이웃들에 관한 고찰이다. “바위를 뚫고 자라나는 건강하고 씩씩한 나무”처럼 더닛 사람들은 시절의 고통을 나누고, 과거를 추억하고, 서로의 아픔과 결핍까지 전부 포용하고 이해하며 이 마을에 굳건하게 뿌리내린다.

은둔의 시간을 갖기 위해 더닛을 찾은 주인공 역시 오지랖 넓고 정겨운 이 마을 사람들에게 금세 매료되고 그 속에서 부대끼며 우정을 쌓아간다. 더닛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터놓는다. 여기서 소설 본연의 빛이 선명히 드러난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인 동시에 진중히 들려주는 소설이다. 자연을 담은 묘사에서는 마음이 멈추어 서고, 뱃사람들의 서사에서는 흥미와 더불어 묘한 서글픔이 동한다. ‘안개 인간’을 만난 ‘리틀페이지’ 선장의 모험담이나 ‘토드 부인’의 인디언 이야기는 슬픔도 잊히게 할 정도로 신묘하며, 사랑의 상처로 고립을 택한 ‘조애나’의 사연이나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살아가는 ‘틸리’ 씨의 일화는 소설 바깥의 독자까지 아프게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어느 곳이나 그러하듯 더닛에도 생과 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얽혀 있다. 파티도 벌어지지만 장례를 치를 때가 더 많고, 사랑이 슬며시 피어나기도 하나 이별을 겪을 때가 더 잦다. 늙어가는 이들은 오래 정을 나눈 이웃과 친구가 떠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야 하고, 누군가의 사랑은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어느덧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바다는 그들에게 귀중한 자원이자 터전이지만 그들을 고독하게 하는 작별의 장소이기도 하다. 남은 이들이 빛나는 과거를 소환하고 떠난 이들을 그리며 노스탤지어를 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그 고독을 단순히 고립이라 단언하긴 어려워진다. 소설 속 모두가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그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그들은 약초를 캐어 타인을 치유하고, 떠난 이가 남기고 간 러그의 다음 코를 꿰며 현재를 꿋꿋이 견뎌내고 자신을 경건히 돌본다. 함께 늙어가는 이들을 살뜰히 챙기고 환대한다. 스스로 고립하기 위해 더닛에 온 주인공 역시 결국은 이 마을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서로의 삶과 곡절을 나누며 정주하는 이들의 삶에서 독자인 나는 이제는 퇴색되어버린 ‘마을’이라는 공간의 정겨움과 힘을 다시금 느꼈다. 내가 살았던 마을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한데 모여 서로를 돌보고 보듬는 더닛 사람들에게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겹쳐보기도 했다. 그들과 나누었던 수많은 한담과 애정, 함께 지나온 여름을 담담히 돌이켜보기도 했고.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되고 추억이 되겠지. 누군가는 남겨지고 누군가는 떠나는 동안 숱한 여름이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어도 소중히 자리 잡은 기억은 영영 그 자리에 남아 있지 않을까. 더닛에서의 하루하루가 주인공에겐 평생 잊지 못할 짙푸른 노스탤지어를 안겨주었듯 말이다.

세라 온 주잇의 소설 속 다정하고 굳센 인물들이 나의 여름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듯 당신의 여름에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짙푸른 그늘이 되어줄 거라고 조심스럽게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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