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6 《주홍 글자》

202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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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NTS 📌

①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마지막 시즌｜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COVER STORY

② ｜본문 미리보기｜본문 미리보기 2

③ ｜기꺼이 버림받길, 날듯이 추락하길_성혜령(소설가)

예스펀딩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마지막 시즌

‘나의 기쁨, 나의 방탕’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속절없이 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하여

📌 안녕 에디션
📌 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 추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의 시즌제를 종료하는 안녕 에디션
📍 본표지와 함께 예스24 한정 어나더 커버를 슬립 케이스(각 권)로 추가 제작
📍 소설가 김멜라, 임선우, 김기태, 성해나, 성혜령 추천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

036 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 박아람 옮김

037 뾰족한 전나무의 땅
세라 온 주잇 | 임슬애 옮김

038 상하이 폭스트롯
무스잉 | 강영희 옮김

039 사생아
이디스 올리비어 | 김지현 옮김

040 미스 몰
E. H. 영 | 정연희 옮김

COVER STORY

흄세 레터가 시즌 8. '나의 기쁨, 나의 방탕'으로 돌아왔습니다. 《주홍 글자》를 제외한 《뾰족한 전나무의 땅》, 《상하이 폭스트롯》, 《사생아》, 《미스 몰》은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하고, 《사생아》와 《미스 몰》은 작가도 국내에 처음 선보입니다.

오늘은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를 소개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으나 모두가 읽어보지 않은 작품으로 유명하죠. 흄세의 001번인 《프랑켄슈타인》을 번역한 박아람 선생님의 번역으로 선보입니다. 아래에는 성혜령 소설가의 리뷰도 수록되어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36 《주홍 글자》

예스24 어나더 커버 슬립 케이스

"이마에 뜨거운 인두로 낙인을 찍든가 했어야죠.
그 못된 년이 옷에 기껏 표시 하나 붙인다고
신경이나 쓰겠냐고요!”

너새니얼 호손의 탄생 220주년 기념 출간.

《주홍 글자》는 ‘낡아빠진 통념의 낙인’이라는 앙상한 이미지로 작품을 ‘낙인찍은’ 독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가닿습니다. 화려한 무늬로 덧댄 인간의 비겁한 마음보다 ‘희망’이라는 간절한 글자로 새긴 정직한 마음이 희미하더라도 더 오래 빛날 수 있음을 통렬하게 드러낸 소설로 윌라 캐더가 꼽은 ‘미국 문학의 3대 걸작’ 중 한 작품이기도 해요.

“몇 년 동안이나 끈덕지게 마음을 괴롭혀서 끝내 종이에 꾹꾹 눌러쓸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은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속절없이 문학이 됩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을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으로 꼽은 윌라 캐더는 세라 온 주잇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속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불편한 장면들까지 떼어내지 않고 받아들여야 수백 년을 살아남는 ‘문학’이 되듯이, 위대하든 보잘것없든 ‘나’를 이루는 것들을 담대하게 마주해야 비로소 내가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소설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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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미리보기

“이제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과거는 지나갔어요! 왜 우리 가 거기에 얽매여야 해요? 보세요! 이 징표와 함께 다 내던지고 흔적도 없이 쓸어버리겠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스터는 주홍 글자를 고정한 고리를 풀어 가슴에서 떼어낸 뒤 멀리 낙엽 위로 던졌다. 신비로운 징표는 이쪽 냇가에 떨어졌다. 조금 더 멀리 던졌다면 물에 빠져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작은 냇물에게 또 하나의 비애를 실어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수놓은 글자는 냇가에서 잃어버린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운 나쁜 나그네가 주워 간다면 그때부터 기이한 죄의 환영들과 우울한 기분, 설명할 수 없는 불행에 시달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낙인을 뜯어낸 헤스터는 긴 한숨을 쉬며 마음속에 있던 수치와 고통의 짐을 떠나보냈다. 아, 이 얼마나 후련한가!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는지 벗어내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머리카락을 가둬놓았던 의례적인 모자마저 벗어버렸다. 어깨 위로 내려온 짙은 색의 풍성한 머리카락은 빛과 어둠을 모두 드러내며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매력을 더했다. 여인의 깊은 가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듯한 환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를 간질이고 눈에도 어른거렸다. 오랫동안 창백하던 뺨이 빨갛게 물들었다.

* 임의적으로 행갈이를 했습니다.

랑's pick

"징표와 함께 다 내던지고 흔적도 없이 쓸어버리겠어요."

《주홍 글자》를 읽다가 가장 좋은 순간이었어요.

본문 미리보기 2

펄이 주변을 뛰어다닐 만큼 자란 어느 여름날 오후의 일이었다. 펄은 들꽃을 한 움큼 꺾어 들고는 엄마의 가슴에 한 송이씩 던지며 장난을 쳤고 꽃송이가 주홍 글자를 맞힐 때마다 작은 요정처럼 깡충깡충 춤을 추었다. 헤스터는 두 손을 움켜
쥐고 반사적으로 가슴을 가리려 했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이었든 체념해서든, 아니면 차라리 이렇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며 속죄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였든 글자를 가리고픈 충동을 누르고 꼿꼿이 앉아 죽은 사람처럼 파리한 얼굴로 펄의 야성적인 눈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계속되는 꽃의 포격이 끊임없이 주홍 글자를 맞히면서 이 세상에서는 치료제를 찾을 수 없고 다른 세상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극심한 상처로 어미의 가슴을 뒤덮었다. 마침내 탄약이 다 떨어지자 아이는 가만히 서서 헤스터를 바라보았다. 그저 엄마의 상상이었을지 몰라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검은 눈 속에서 예의 그 악마가 웃으며 내다보는 듯했다.
“아가, 넌 누구니?”
엄마가 소리쳐 물었다.
“난 엄마의 예쁜 펄이지!”
펄은 이렇게 대답하며 웃음을 터트리더니 금방이라도 굴뚝 속으로 날아오르려는 작은 요정처럼 까불거리며 깡충깡충 춤추기 시작했다.
“정말 엄마의 아기가 맞니?”
헤스터가 다시 물었다. 공연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너무도 총명해 보이는 딸의 모습에 그 애가 스스로 이 세상에 오게 된 비밀을 알고 있으며 이제는 밝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응, 난 예쁜 펄이야!”
아이는 계속 까불거리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넌 엄마의 아기가 아니잖아! 엄마의 펄이 아니야!”
헤스터는 장난 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대개 가장 괴로운 순간에 장난기가 발동하곤 했다.
“말해봐. 넌 누구니? 누가 널 여기로 보냈어?”
“엄마가 말해야지!”

랑's pick

헤스터가 감내해온 세월과 믿어온 도덕과 진실,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기꺼이 버림받길, 날듯이 추락하길

_성혜령(소설가)

한 여자가 간통(Adultery)을 뜻하는 글자 A를 가슴에 달고 높이 솟은 처형대 위에 서 있다. 여자의 품 안에는 부정의 증거인 갓난아이가 울고 있다. 초창기 청교도 마을의 주민들은 엄격한 얼굴로 여자와 아이를 구경한다. 오직 하느님만이 인간의 죄를 벌할 권능을 가지고 있으나, 한 사람의 타락과 추락을 구경하고 심판하는 쾌락을 인류가 포기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마을의 군중 속에는 아이의 아버지이자 여자의 ‘간통’ 상대인 젊은 목사와, 지난 2년간 소식도 없다 마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여자의 남편도 있지만 그들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처형대에서 내려온 여자는 외딴 오두막으로 추방되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갈 곳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주홍 글자를 단 여자, 헤스터는 이미 벌을 받았고, 앞으로 그녀가 당할 일은 치욕, 무시, 따돌림, 소외, 수모, 그리고 고립 같은 온갖 종류의 고통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소설이 출간된 지 170여 년이 훌쩍 넘어가는 동안, 우리는 너무나 숱하게 여자가 혼자 죄를 짊어지고 몰락하는 이야기를 보아왔다. 헤스터의 이야기도 결국 일종의 ‘불행 포르노’로 전락하게 되지는 않을까?

《주홍 글자》는 이런 혐의점들을 고전소설 특유의 우아한 문체와, 금욕과 고통에서 구원을 발견하려는 청교도적인 시대정신으로 멋지게 빠져나간다. 호손은 섬세하면서 날카로운 문장으로 헤스터의 고통을 우리에게 전달하지만 결코 전시하지는 않는다. 헤스터는 가만히 앉아서 자기를 연민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헤스터는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 헤스터는 가장 외롭고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면서, 자신을 무시하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을 사람들을 돕고, 나중에는 추방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특권으로 사람들의 비밀과 어둠을 기꺼이 품어주는 존재가 된다. 헤스터의 고통은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영웅적이다.

오히려 소설에서 가장 치열하게 묘사하는 고통은 헤스터가 아닌 딤스데일 목사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딤스데일 목사는 자신이 헤스터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못해 스스로를 육체적으로, 물리적으로 자학한다. 딤스데일 목사는 실제로 눈에 띄게 건강이 나빠지고, 그의 맨가슴에는 붉은 주홍 글자가 남모르게 타들어가고 있다. 헤스터의 남편 로저는 딤스데일 목사의 곁에서 의사로 위장한 채 비밀리에 복수를 실행하며 그 자신도 ‘악마’ 같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때로, 딤스데일 목사의 고통이 너무나 생생하고 비중 있게 다뤄져서, 헤스터의 삶이 상대적으로 평온하게 느껴질 정도다.

같은 죄를 지었으나 사회적 단죄를 받은 헤스터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딤스데일 목사는 데칼코마니처럼 한 쌍이나 방향이 완전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어떻게든 본인의 실력과 노력으로 생계를 잇고,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가며 자신의 고통에만 매몰되지 않는 헤스터와 달리, 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는 딤스데일 목사는 자기만의 고통에 빠져 스스로 생명을 갉아먹는다. 청교도 마을의 엄격하면서 모순된 윤리관을 우아하게 비판하는 듯한 이 소설은 흥미롭게도, 가장 근본적인 기독교적 윤리관을 헤스터를 통해 구현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고통을 인내하며 사람들을 구원하는 성인이 되는 신화. 때로는 헤스터에게 너무 거대한 소명과 짐을 부여한 것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이 들기도 하지만, 헤스터를 결코 관음증적 욕망을 채워주는 대상으로 내버려두지 않는 작가의 의지가 오늘날에도 《주홍 글자》를 끊임없이 갱신되는 새로운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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