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캐럴라인》 미리보기 2
그들이 진정한 경험과 성공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겠어? 시와 고통과 상실과 일에 대해서 알 수 있겠어? 밤을 꼬박 새워 회의록을 작성하고 보고서를 준비하고 눈이 따끔거리고 목과 어깨가 쑤시는데도 잠들지 않고 일을 더 하려고 커피를 끓이는 일은? 온갖 고통과 불편과 외로움과 실패도 지켜야 할 큰 뜻만 있다면 가치 있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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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불완전한 날이 밝고 있었다. 좁은 창을 통해 여명이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왔다. 야간조 간호사들이 병동 한쪽 끝에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금세 수습 간호사가 아침 차가 담긴 머그잔을 싣고 수레를 덜컹덜컹 굴릴 것이다. 분명히 시가 더 있었는데? 최고의 시였는데. 모든 것을 설명하고 모든 질문에 답해주는 시가 있었는데.
엘리너에게 사무실 임대 건을 알아보라고 부탁해야지. 그리고 새 전단 인쇄 건도. 엘리너가 일찍 오기를 바랐다. 할 일이 무척 많았다. 많은 일을 관리하려면 사소한 것들에 충실해야 한다. 절대 포기하면 안 돼. 개척할 때는 기준을 늦추면 절대 안 된다. 충실하라. 맞아. 시가 있었어. 그 시가 생각났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가 황금 벽에 도달했을 때
발이 아프고, 지쳤고, 슬픔과 죄로 더러웠는데 당신의 목소리가 내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 명령하셨네. 잘했구나, 너는 선하고 충실했구나 친구여! 안으로 들어오라!
친구, 친구라, 그 친구가 그녀였다. 나도 친구를 찾았지. 충직한 친구. 그 친구를 위해 시를 한 편 지어야 할 텐데. 황금도시로 외롭게 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시. 한 편 더. “안 돼, 간호사. 아직 안 돼……. 아직 안 돼. 잠깐만. 안 보여, 내가 바쁜 거?” 간호사가 왜 이렇게 멍하게 나를 바라보는 거지? 왜 수조에 저렇게 물이 계속 부어지고 있는 거지? 모두 함께 익사하고 있고 모두 빠져버렸는데. 누군가가 창문을 열어서 물이 빠져나가게 해야지 안 그러면 다 죽고 말아. 한쪽 팔을 쳐들었다. “열어!” 캐럴라인이 소리쳤다. “열어! 황금…… 황금…….” 그러자 그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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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것이 캐럴라인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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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려고 했던 학교가 파산했다. 그녀가 지은 시들과 《용기의 길》은 읽은 사람도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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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생하고 믿을 수 없는 4월의 햇빛은 캐럴라인의 위태롭고 지긋지긋한 활동에 대한 마지막 평가였다.(366~37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