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흄세)의 편집자 흄입니다. 편집자들이란 대개 조용히 숨어 있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이렇게 공개적인 편지를 쓰자니 무척 떨리네요. 더구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이라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리즈를 여러분에게 소개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 생뚱맞긴 하지만, 제가 편집자로 첫걸음을 뗐을 때의 이야기부터 꺼내볼까 합니다(‘라떼는 말이야’라니 어쩔 수 없이 연식이 드러나네요😅).
저는 세계문학 고전 시리즈를 출간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흄세처럼 새롭게 출범한 시리즈여서 이래저래 참 바빴습니다. 지금 떠올려보면 대학을 갓 졸업한 초보 편집자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을 텐데도 말이죠. 출근 첫날, 마감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배들에게는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려운 어떤 경건함(?)까지 느껴질 정도였어요.
퇴근 시간이 되자 주간님께서 “흄 씨, 그만 들어가봐요”라고 말씀하셨지만,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일하는 선배들 사이에서 혼자 퇴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조금 더 있다 가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대답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주간님은 “그래?”라고 혼잣말하시더니 더는 퇴근하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어리바리 우물쭈물하다가 퇴근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저는 출근 첫날에 11시까지 야근을 하게 됩니다😱
그때는 선배들이 왜 그렇게 집에도 가지 않고 원고를 보고 또 보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돌고 돌아 다시 세계문학 고전 시리즈의 론칭을 눈앞에 둔 지금은, 적어도 그때 그 선배들의 ‘설레고 불안해하는’ 이상야릇한 심정만큼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나저나 그 많던 선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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