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트레이 귀공자》 미리보기 1
“오, 하느님.” 그가 말했다. “많은 은총을 내려주셔서 하느님께 감사하고 제 아들도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저희가 얼마간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저희를 그 사악한 남자로부터 지켜주세요. 거짓말하는 그자의 입을 세게 때려주세요, 하느님!” 마지막 말은 비명처럼 튀어나왔다. 그러고 나자 예전의 분노가 떠올라 숨이 막혀 말할 수 없었는지, 이런 걸 기도라고 하는 것이 아주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어쨌든 갑자기 멈췄다. 그러고는 잠시 후 모자를 다시 머리에 얹었다.
“듀리스디어 경, 한마디를 잊으신 듯합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준 것과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주시옵소서. 오, 주님, 그 나라와 능력과 영광은 영원히 주님의 것입니다. 아멘.”
“아!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듀리스디어 경이 말했다. “매켈러, 말이야 아주 쉽지. 하지만 나더러 용서하라고! 내가 용서하는 척한다면 내 꼴이 아주 우스꽝스러워질걸.”
“아이를 생각하세요, 듀리스디어 경!” 나는 약간 엄격하게 말했다. 그가 내뱉은 표현이 어린애가 듣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맞는 말이야.” 그가 말했다. “아이에게는 지루한 일이지. 새 둥지를 뒤지러 가자꾸나.”
바로 그날이었는지 며칠 뒤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듀리스디어 경이 내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는 동일한 주제에 대해 마음을 조금 더 터놓았다.
“매켈러.” 그가 말했다.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네.”
“그러신 것 같습니다, 듀리스디어 경.”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 제 마음도 기쁘고요.”
“행복에는 의무가 따르는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그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말했다. “슬픔에도 의무가 따르고요. 우리가 여기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제 소견에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빨리 사라질수록 모두에게 더 낫겠지요.”
“그래, 하지만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자네는 그를 용서하겠나?” 듀리스디어 경이 물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용서는 우리 모두에게 엄격하게 주어진 의무입니다.” 내가 말했다.
“허허!” 그가 말했다. “그건 다 하는 말이고! 자네 자신은 그 남자를 용서했나?”
“글쎄, 아니요!” 내가 말했다. “신께서 저를 용서해주시길! 저는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에 대해 합의하고 악수하세!” 듀리스디어 경은 명랑한 기색으로 외쳤다.
“그런 나쁜 감정에는 합의할 수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리스도교인이라면 말이지요. 저는 복음서의 가르침에 더 맞는 상황에 합의하겠습니다.”
나는 약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듀리스디어 경은 큰 소리로 웃으며 방을 나섰다.(222~22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