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미리보기 1
“내가 아무 남자랑 춤출 거라고 믿는 건 아니죠?”
“난 그 아무 남자야.” “아녜요. 잘 알면서.”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대화는 해본 적 없었다. 루는 꼭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어떤 때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가 싶다가도, 또 어떤 때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욱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뭐가 다르다는 거야?” “모르겠어요. 당신은 멋진 몸을 가졌지만, 또 다른 게 있어요. 예를 들면 목소리요.” “목소리가 어떻다고?”
“평범한 목소리가 아녜요.”
나는 다시 한번 실컷 웃었다. “그래요. 당신 목소리는 더 그윽하고…… 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러니까…… 더 균형이 잡혔달까.”
“그거야 기타 반주로 노래를 해서 그런 거지.” “아녜요. 난 당신 같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든지 기타리스트를 본 적이 없어요. 당신의 목소리를 상기시키는 목소리를 들어본 건…… 그래…… 거기였어요……. 아이티. 흑인들이었죠.” “나로선 영광인데. 그들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음악가들이니까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그렇지 않아. 그들이야말로 미국 음악의 원조라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댄스 음악을 연주하는 일류 악단들은 다 백인이라고요.”
“물론 백인은 훨씬 더 나은 위치에서 흑인의 창조물을 착취하지.” “그건 맞는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모든 위대한 작곡가는 다 흑인이야. 예를 들어 듀크 엘링턴 말이야."
“아뇨, 거슈윈이나 컨 등의 작곡가는 다 백인이에요.”
“그들은 다들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착취자들이지. 거슈윈의 음악에는 독창적인 소절이 단 하나도 없어. 온통 발췌하고, 표절하고, 전재했을 뿐이지. 예를 들면 〈랩소디 인 블루〉에서 독창적인 부분이 한 소절이라도 있나 찾아봐.” “당신은 참 별스러운 사람이군요. 난 흑인이 정말 싫어요.”
더 바랄 게 없었다. 나는 형을 생각했고, 하마터면 하느님께 감사할 뻔했다. 하지만 그녀를 너무나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분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좋은 일을 하는 데 하느님은 필요 없었다.(109~11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