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왈츠는 나와 함께》와 《위대한 개츠비》 마감을 마치고 돌아온 '랑'입니다. 마지막까지 혹시 모를 오타와 편집상의 실수를 잡아내기 위해 잔뜩 긴장했던 저는 긴장이 다 풀려서 무엇에도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어요. 마감한 다음 날에는 휴무가 부여되는 내규를 바라는 건 저의 크나큰 욕심일까요?
마음을 쏟는 만큼 사랑한다고 했을 때,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은 《왈츠는 나와 함께》와 《위대한 개츠비》가 되겠어요. 저의 마음이 님에게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해볼게요.
“이 소설[《왈츠는 나와 함께》]은 발레 그 자체다. 주인공 앨라배마는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작가 젤다 피츠제럴드는 문장으로 춤을 춘다.”_신해욱(시인)
“《왈츠는 나와 함께》는 ‘무엇을 썼는가’보다는 ‘어떻게 썼는가’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소설이다. 이 작품의 중심은 내용이 아니라 스타일, 다시 말해 문장이다.” _최민우(번역가·소설가)
“《위대한 개츠비》의 문장은 무조건 정확해야 하고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 원문이 그것을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고, 나는 그것에 반박할 말을 한마디도 찾지 못하겠다.” _황유원(번역가·시인)
《왈츠는 나와 함께》에 대한 편지
《왈츠는 나와 함께》는 젤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육 주만에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콧은 자신이 아니라 편집자에게 먼저 원고를 보낸 젤다에게 분노했다고 하는데요. 《왈츠는 나와 함께》에는 책의 출간을 둘러싸고, 젤다가 스콧에게 그리고 스콧이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를 수록했어요. 여기 그 일부를 먼저 보여드릴게요.
표지 시안들
표지 시안을 주고받는 단계에서 아쉽게도 탈락했던 시안들이에요. 당시에는 좀 더 예쁘고 좀 더 연관성이 있고 좀 더 손이 가는 표지를 위해 제외했지만, 어떤 이별이든 인상은 남기 마련이잖아요. 완성된 표지와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것도 초기 시안의 재미있는 요소일 것 같아요. 지금은 타이포로 표지를 구성했지만, 처음에는 AI로 이미지를 구현해보려고 했답니다. 지금의 표지가 탄생하기 위해 겪어야 헀던 과정들 몇 개 정도 공개해볼게요.
편집 후기
마감을 하면 한두 개의 이미지나 문장이 남는 것 같아요. 《위대한 개츠비》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매번 '초록 불빛'을 떠올렸는데요. 이번에 다시 읽은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개츠비가 우두커니 서서 밤새 데이지를 기다리는 장면이 남았어요. 일부를 옮겨볼게요.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보니 그의 집 현관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고, 그는 크게 낙담했거나 무척 졸린 듯한 표정으로 바깥 현관의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가 힘없이 말했다. '계속 기다렸는데, 4시쯤 되자 데이지가 창가로 와서 잠시 서 있더니 불을끄더군요.'"
개츠비는 오랫동안 '초록 불빛'을 바라보며 바라던 것을 붙잡으려 합니다. 거의 붙잡았다고 생각했을 텐데, 다시 멀어져버렸습니다. 그 마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기다리는 마음에 대해서요. 님은 무엇은 기다리고 계신가요?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신가요?
《왈츠는 나와 함께》는 작가인 젤다와 떼어놓고 읽기 어려워요. 자전적인 작품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째로 태우는 힘으로 써낸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스콧은 《왈츠는 나와 함께》의 초고 원고를 자신에게 먼저 보여주지 않고 편집자에게 보낸 젤다에게 분노합니다. 젤다는 이렇게 답장을 보내는데요. "나는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게 낙담했고, 내 인생과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맴도는 무력감 때문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거든.”
저는 젤다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바라는 미래가 있는 사람,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 하지만 미래는 자꾸 지연되고 그럴수록 힘을 내어보지만 결국 지치고 말았던 사람. 여기서 스포할 순 없지만 이런 마음으로 읽은 마지막 문단은 정말 슬펐답니다.
💌《왈츠는 나와 함께》 기획 단계의 사진들
저는 2017년부터 젤다 세이어의 책을 출간하고 싶었어요. 출판사에 취업하기 전부터 기획서를 작성해보고, 이전 회사에서도 기획서를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된 마음이 새로운 책으로 탄생할 날이 머지않았네요. 마감 직전에는 짧게 벅차오르는 마음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기획서를 다시 읽어보니, 회의에서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했던 기억도 되살아나네요.
외서 표지
《위대한 개츠비》와 《왈츠는 나와 함께》의 대표적인 해외 표지들을 소개합니다. 시간이 쌓이는 동안 어떤 표지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세요!
《왈츠는 나와 함께》의 초판 표지.
《위대한 개츠비》의 초판 표지.
작가 사진들
실제 젤다가 발레를 하던 당시의 사진이에요.젤다는 프로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세계적인 무용수에게 수업을 듣고, 수업료를 내기 위해 작품을 발표하는 등 노력합니다.
스콧과 젤다입니다. 미국 최초의 플래퍼 젤다의 패션과 눈빛이 인상적이네요.
스물여덟 살의 스콧은 담당자였던 맥스웰 퍼킨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초고를 두고 “지금껏 쓰인 미국 소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콧과 젤다 그리고 딸 '스코티'의 사진이에요. 스코티는 훗날 어머니에 대해 말하며 "상황에 통제되는 여성이 아니었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