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주 4일 체험은 어떠셨나요😃 저는 수요일에 쉬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언제든 하루를 더 쉬기만 한다면야 상관은 없지만요😏) 이제 여름의 입구가 보이는 것 같아요. 세상에 활기가 돌고 우거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여름은 생장의 계절이지만 《루시 게이하트》의 '루시'는 “내내 연습실을” 비워서 ‘성장’하지 못하고, “여름은 금방” 지나간다면서 위로를 해야 하는 계절이에요. “날카로운 바람이 루시 안에 뜨거운 생의 열정을 불어넣었다”라는 문장처럼 오히려 겨울에 생기 넘치죠. 님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인가요? 루시처럼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시나요? 푸르고 우거지는 날들 속에서 충만한 기쁨을 느끼시나요? 혹은 계절은 인생에서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던 '고든' 같으신가요?
오늘은 백수린 소설가가 《루시 게이하트》를 먼저 읽고 쓴 리뷰를 보내드립니다.💌 아래 줄거리도 간략하게 적어둘게요✏️
줄거리
피아니스트가 꿈인 루시는 고향을 떠나 시카고에 도착한다. 우연히 국제적으로 유명한 성악가였던 서배스천의 공연을 보고 매료되어 그의 보조 연주자가 되는 것까지 성공한다. 서배스천은 루시의 열렬한 충성심과 빛나는 젊음에 매료되어 루시에게 자극을 받았고, 둘은 인간적인 존경을 넘어 점차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한편 루시는 고향에서 가장 부유했던 해리 고든에게 청혼을 받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며 거절하고, 유럽 투어를 떠난 서배스천은 그곳에서 불의의 사고를 맞닥뜨린다. 이후 루시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마을에는 루시를 향한 이상한 소문이 퍼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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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로 향하는 세 개의 발자국
인물의 이름을 제목에 내세우는 대부분의 소설이 그러듯 윌라 캐더의 《루시 게이하트》는 ‘루시 게이하트’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소설의 경우 작품에 대한 매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주인공에게 독자가 얼마나 공감하느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설을 펼치자마자 “명랑과 기품”을 지니고, “보고 있으면 살갗 아래서 펄떡이는 생”이 느껴지며, “앳되고 아름다운 생명만이 누리는 독특한 광채”를 지녔었다고 마을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묘사되는 루시. 게다가 그 시절(20세기 전반기다), 음악을 배우기 위해 작은 마을을 떠나 대도시로 가는 열여덟 살의 젊은 여성이라니. 도입부를 읽으며 나는 내가 이 책을 사랑하지 않기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루시라는 피아노에 재주를 지닌 여성이 도시로 떠나 음악과 예술을 발견하는 이야기이긴 했지만, 나의 기대와 달리 예술가가 되어 보란 듯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소설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재능은 있었으나 무사태평해서 자기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던 한 젊은 여성이 시카고에서 아버지뻘 되는 성악가와 사랑에 빠지고, 그 남자와 이별한 후엔 고향에 다시 돌아와 슬픔에 잠겨 살다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니까. 루시는 비범하거나 존경받을 만큼 훌륭한 주인공은 아니다. 그녀는 변덕스럽고 자기가 버린 옛 남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 그와의 우정을 회복하기 위해 목을 매며, 가족의 헌신을 나 몰라라 하는 인물이니까. 하지만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어차피 세상은 사랑스럽게 불완전하거나, 사랑스럽지 않게 불완전한 존재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인데.
내가 루시를 사랑스럽게 느낀 이유는 그녀가 “지금 이곳에 속하지 않은 다른 생과 감정”에 “압도”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아니라 “저 먼 곳의 아득한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는 행복”을 꿈꾸고 “세상이 자신을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작정”이라고 다짐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루시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누구인가? 표면적으로 루시는 얼음의 상태가 좋지 않아 강물에 빠졌고, 하필이면 스케이트 날이 나뭇가지에 박혔기 때문에 죽었다. 하지만 언니인 폴린과 다투지 않았다면 루시는 홧김에 스케이트를 타러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강으로 가던 도중 마주친 옛 애인이자 동네 친구였던 해리 고든이 화해하고 싶어 하던 그녀의 제스처를 다시 한번 묵살하지 않았다면 루시는 얼음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감정이 격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폴린과 해리가 이 소설 속에서 돈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인물들이란 점이 흥미롭다. 폴린은 루시나 아버지와 달리 가족 내에서 유일하게 생계와 생활을 걱정하며 ‘정상성’을 추구한다. 폴린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루시가 좋아하는 사과밭을 갈아엎은 후 양파를 재배해 팔려고 하고, 루시가 죽던 날에도 루시에게 피아노 교습을 해서 돈을 벌라고 말한다. 또한 동네 유지이자 은행가인 해리는 루시가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안락함을 환기시킨다. 일상의 셈법대로라면 폴린의 말처럼 하루라도 빨리 사과밭을 갈아엎고 양파를 심는 것이 옳다. 유학 비용을 대느라 희생을 감수한 가족에게 감사한다면 루시가 돈이 많은 해리의 청혼을 받아들였어야 하는 것이 옳았던 것처럼. 하지만 루시는 그렇게 사는 쪽으로 타협하지 않는다. 비록 처음엔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시카고로 떠난 것이 아니었으나 그녀는 서배스천을 만나 사랑과 예술, 그리고 “새카만 물처럼 인간을 집어삼키는 열정”에 눈을 떠버렸고, 나아가 서배스천이 죽은 이후엔 한 명의 남자가 아니라 “생 그 자체가 연인”, “끌어당기고, 유혹하고, 마법을 거는 연인”이었음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루시가 죽고 한참 뒤 해리의 시점으로 조금 더 이어지는 소설은 시멘트에 찍혀 있는 어린 루시의 세 개의 발자국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끝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 중 하나인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나는 세 개의 발자국이 찍히게 된 그 여름날 여자아이의 걸음을 상상해본다. 날아갈 것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도약을. 그 발자국은 먼 곳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시멘트에 갇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기꺼이 나아가려 했던 루시의 짧은 생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론 실패는 더더욱 아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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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는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 소설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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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지방주의 작가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윌라 캐더의 초역 소설. 피아니스트가 꿈인 ‘루시’가 고향을 떠나 도착한 시카고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성악가였던 ‘서배스천’의 보조 연주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얼음층을 깨부수고 나가려는 루시. 깊고 우울한 호수인 서배스천. 날씨는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구는 돌산 같은 ‘해리’의 삼중주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한때 뜨거웠던 삶이 지나가고 그 위에 쌓이는 기억과 망각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희미해진 삶을 기억하는 일의 숭고함을 부드럽게 보여주는 캐더의 마법 같은 능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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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이방인 알베르 카뮈|박해현 옮김
032 루시 게이하트 윌라 캐더|임슬애 옮김 *초역
033 메마른 삶 그라실리아누 하무스|임소라 옮김 *초역, 작가도 첫 소개
034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 줄리아 스트레이치|공보경 옮김 *초역, 작가도 첫 소개
035 값비싼 독 메리 웨브|정소영 옮김 *초역, 작가도 첫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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