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을 소나기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서는 날씨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미국인 청구인》의 ‘서문’ 격의 글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장황한 날씨 묘사가 독서의 흐름을 방해 한다면서요. 그러나 실제로는 날씨와 관련한 몇 장면을 등장시켜 자명하게 실패하는 것으로, 소설과 날씨가 멀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도리어 뚜렷하게 보여주죠. 여러분의 삶에서는 어떤가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고, 인생이 뒤바뀐 결정적인 순간이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을 그때의 날씨로 기억하지는 않나요?
누구나 아는 소설이지만, 그래서 주인공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방인》의 뫼르소도 그렇습니다.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에 처하고도 스스로를 변호하지 못한 채 살인을 하던 순간에 ‘요동치던 햇빛’만 떠올릴 뿐이죠. 《이방인》은 장면마다 뜨겁게 내리쬐는 지중해의 태양을 의식해서 읽었을 때 그 강렬한 감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루시 게이하트》는 겨울 한낮의 햇살 아래서 루시를 추억하는 마지막 몇 문장이 압권입니다. 작가가 이 몇 문장을 적기 위해 이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요.
결혼식 날에 폭풍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얼렁뚱땅 딸의 결혼을 해치우려는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의 대첨 부인은 “결혼식 날에 날씨가 참 아름답구나!”라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합니다. 돌연히 나타난 옛 애인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딸의 마음도 모른 채요. 《메마른삶》에서는 가물고 황량한 땅을 살아가는 한 가족의 미래에 작은 불행의 불씨라도 댕기게 될까봐 책장을 넘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집니다. 우리가 가뭄을 소나기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척박한 운명을 개척해가는 이들의 분투에 가만히 마음을 보태게 됩니다. ‘장애를 가진 가난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용감하게 맞서고도 자욱한 안개 너머로 소중한 이들을 잃고 마는 《값비싼 독》의 프루에게도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7의 테마는 ‘날씨와 생활’입니다. 눈부신 햇빛과 걷잡을 수 없는 삶의 소용돌이 속으로, 담대하게 걸어 들어간 사람들의 곁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